디자인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예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디자인의 본질은 ‘의미 있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며, 이는 시각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흔히 무심코 사용하는 색상은 특정 사용자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는 색각 이상, 즉 색맹(Color Vision Deficiency)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빨강과 초록, 파랑과 노랑, 혹은 전체적인 색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어떻게 색맹 사용자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색맹 시뮬레이션 도구를 적극 활용하여 디자인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색맹 사용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며, 우리가 만든 UI가 특정 색상 조합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버튼, 상태 표시, 데이터 시각화 같은 요소에서는 색만으로 구분하는 디자인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현업 디자이너들이 색맹 친화적인 UX를 만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대표적인 색맹 시뮬레이션 도구 5가지를 소개한다. 각 도구의 특징, 사용 방법, 실무 활용 포인트까지 함께 설명하니, 실제 프로젝트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Color Oracle – 운영체제 전반을 필터링하는 시뮬레이터
Color Oracle은 색맹 시뮬레이션 도구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기능을 갖춘 데스크탑용 애플리케이션이다. Mac, Windows, Linux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 앱이 아니라 화면 전체에 색맹 필터를 적용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즉, 웹사이트, 디자인 툴, 이미지 편집기, 코드 에디터 등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든 간에 실시간으로 색맹 사용자 시야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Color Oracle은 Protanopia(적색맹), Deuteranopia(녹색맹), Tritanopia(청색맹) 등 대표적인 색각 이상 유형을 모두 지원하며, 단축키 한 번으로 색맹 시야와 일반 시야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디자이너는 디자인 과정 중 언제든지 즉시 검토하고, 문제가 되는 색상 조합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특히 Figma, Photoshop, Illustrator 등 툴에 직접 플러그인을 설치할 필요 없이 독립 실행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작업 중단 없이 워크플로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만 이미지 캡처 기능이나 결과 저장 기능은 제공하지 않으므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문서화하고 싶다면 스크린샷을 수동으로 저장해야 한다.
Coblis (Color Blindness Simulator) – 이미지 기반 시뮬레이션에 특화
Coblis는 웹 기반의 색맹 시뮬레이션 도구로, 이름은 Color Blindness Simulator의 줄임말이다. 이 도구는 사용자가 업로드한 이미지를 다양한 색맹 유형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지 즉시 변환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특별한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Coblis는 Protanopia, Deuteranopia, Tritanopia뿐 아니라 Atypical Tritanomaly, Achromatopsia(완전 색맹)까지 포함한 7가지 색각 이상 시야를 지원하며, 각각의 유형별 결과를 병렬로 비교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디자이너는 버튼, 배너, 배경 등 특정 시각 요소들이 색맹 사용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비교하면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특히 마케팅 이미지, 광고 배너, 이벤트 페이지 등 그래픽 위주의 콘텐츠를 검토할 때 유용하다. 단점으로는 실시간 조정 기능이나 UI 구조 전체에 적용하는 기능은 없고, 정적인 이미지 기반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색맹 유형을 빠르게 비교하고 결과를 저장할 수 있어, 보고서나 클라이언트 설명용 자료로도 활용하기 좋다.
Stark – Figma, Sketch, Adobe XD용 플러그인
디자인 툴 내에서 실시간으로 색맹 시야를 확인할 수 있는 Stark는 Figma, Sketch, Adobe XD에서 사용 가능한 대표적인 플러그인 도구다. Stark는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서 접근성 전반(A11y)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 색 대비 검사, 키보드 탐색 여부, WCAG 준수 여부까지 통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Figma 사용자에게 Stark는 색맹 테스트를 가장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디자인 화면에서 특정 프레임을 선택하면, 해당 UI가 Protanopia, Deuteranopia, Tritanopia 사용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색상을 함께 비교할 수 있으며, 문제되는 색 조합은 Stark가 직접 경고 메시지로 알려주기도 한다.
유료 버전에서는 팀 협업 기능, 피드백 내역 저장, 프레젠테이션용 문서 출력 등의 고급 기능이 제공되며, UI 디자이너가 접근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WCAG 기준을 프로젝트 초기부터 고려하는 조직에는 필수 도구로 평가받는다.
Sim Daltonism – macOS 유저를 위한 가볍고 빠른 도구
Sim Daltonism은 macOS 전용 색맹 시뮬레이터로, 매우 가볍고 빠른 실행 속도로 많은 디자이너에게 사랑받고 있다. 앱을 실행하면 반투명한 ‘뷰어 창’이 생기며, 이 창을 마우스로 움직이면 해당 영역이 색맹 사용자 시야로 실시간 필터링된다. 예를 들어 Safari, Photoshop, Keynote 등 어떤 앱 위에서도 바로 적용 가능하다.
특징은 CPU 점유율이 낮고, 실행 즉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8가지 색각 이상 필터(Protanopia, Deuteranopia, Tritanopia 등)를 선택할 수 있으며, 빠르게 필터를 전환하면서 문제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직관적이고 반응성이 뛰어나 Figma, Sketch, Affinity Designer 등 다양한 툴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Windows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며, 정확한 명도 대비 검사나 WCAG 기준 점검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실무에서 빠르게 색맹 시야를 시각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디자이너에게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다. 실시간으로 시야를 확인하며 디자인 수정이 필요한 요소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색맹 시뮬레이션은 모든 디자인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색맹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은 의도와 다르게 기능을 전달하고, UX를 왜곡할 위험이 크다. 색상은 매우 직관적인 도구이지만, 색상에만 의존하는 UI는 색맹 사용자에게는 의미 없는 시각적 정보일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작업 중에도 수시로 색맹 시야를 시뮬레이션하여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보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Color Oracle, Coblis, Stark, Sim Daltonism 등의 도구들은 각각의 장점과 적용 분야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색맹 UX 설계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미지 기반 시각화부터 실시간 UI 설계 시뮬레이션, WCAG 기준 점검까지 다양한 니즈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팀 단위로 접근성 설계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Stark와 Color Oracle을 병행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결국 접근성은 특별한 옵션이 아니라 ‘기본 설계 조건’이 되어야 한다. 시뮬레이션 도구는 디자이너의 감각을 넘어서 객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오늘 소개한 도구들을 통해 여러분의 디자인이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UX로 완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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