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을 위한 UX 디자인 컬러 가이드

브랜드 컬러 시스템과 색맹 대응 전략의 조화

orosi_sue 2025. 7. 22. 12:50

브랜드 디자인의 핵심 중 하나는 일관된 컬러 시스템이다. 컬러는 로고, 웹사이트, 앱, 인쇄물, 광고 등 다양한 접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되며, 소비자에게 신뢰와 연속성을 심어준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브랜드 컬러가 인터페이스의 기능적 요소(버튼, 상태 표시, 강조 텍스트 등)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같은 방식으로 색상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는 색각 이상, 즉 색맹이나 색약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들은 일반 사용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색상을 인식한다. 브랜드 컬러가 강하게 의존된 UI에서 색각 이상 사용자는 정보 구분에 어려움을 겪거나 잘못된 인식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브랜드의 포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평가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브랜드 고유의 컬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색맹 사용자에게 명확한 시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이 글에서는 브랜드 컬러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색맹 대응 전략을 효과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살펴본다.

 

브랜드 컬러 시스템과 색맹 대응 전략

 

 

색맹 대응 컬러 설계의 기본은  명도 대비와 보조 요소

 

브랜드 컬러는 보통 2~5가지 주요 색상과 확장 컬러 팔레트로 구성되며, 각 색상은 감성적 의미와 기능적 역할을 동시에 갖는다. 예를 들어 파란색은 신뢰와 기술, 주황색은 활기와 행동 유도를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색상의 ‘의미’는 색각 이상 사용자에게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거나, 아예 잘못 해석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대응 전략은 명도(밝기) 대비를 기준으로 색상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색맹 사용자들은 색상의 차이보다 명도의 차이를 통해 정보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색상 간 명도 대비가 크면 시각적 구분이 훨씬 용이해진다. 예를 들어, 브랜드가 초록과 빨강을 주요 컬러로 사용할 경우, 두 색상의 명도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설정하거나 보조 요소(패턴, 아이콘 등)를 추가해 색맹 사용자도 차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브랜드 컬러 자체를 변경하지 않고도 색상을 보완하는 시각 요소를 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고 상태를 나타낼 때 단지 빨간색 배경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라는 텍스트와 함께 경고 아이콘(❗)을 병기하면 색상을 구분하지 못해도 정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설계는 브랜드의 컬러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색맹 사용자에게 정보 전달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컬러 시스템에 색맹 대응 팔레트를 병행하는 방법

 

브랜드 컬러 시스템은 일관성과 확장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최근 많은 브랜드가 **색맹 대응 보조 팔레트(Sub Palette)**를 공식 디자인 시스템에 포함하고 있다. 이 보조 팔레트는 기본 색상 조합으로 정보를 구분할 수 없는 사용자에게 대체 가능한 시각적 수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Fluent Design이나 구글의 Material Design도 색상 선택 시 명도 대비뿐 아니라 색맹 시뮬레이션 기준을 반영한다. 실제로 Material Design에서는 “Color Tool”을 통해 색상 대비 점수(WCAG 기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디자인 팀이 선택한 팔레트가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자동으로 판단해 준다.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브랜드도 이러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색상 시스템 구축 단계에서부터 **색맹 안전 색상 조합(color blind safe palette)**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안전 조합으로는 파랑–주황, 남색–노랑, 보라–초록 등이 있으며, 이들은 일반 사용자와 색맹 사용자 모두에게 충분한 구분력을 제공한다. 디자인 시스템에 이러한 보조 조합을 명시하면, 색상 사용 시 실수 없이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브랜드 사례: 접근성과 정체성을 모두 지킨 컬러 전략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미 색맹 대응 전략을 브랜드 컬러 설계에 통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트렐로(Trello)**다. 트렐로는 프로젝트 보드의 라벨 색상이 주요 식별 수단이었지만, 색맹 사용자는 이 색상만으로는 카테고리 구분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트렐로는 라벨 색상에 패턴 아이콘과 텍스트 라벨을 함께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색상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정보 인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스트라이프(Stripe)**다. 스트라이프는 세련된 브랜드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버튼, 경고 메시지, 데이터 시각화 요소 등에 명도 대비가 충분한 색상만을 사용하도록 UI 가이드를 구성했다. 디자인 팀 내부적으로 색맹 시뮬레이터와 명도 대비 측정 툴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며, 시각적 일관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소외 없는 UX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단지 색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색상 외 정보 구조를 정교하게 구성함으로써 브랜드의 감성적 이미지와 기능적 전달력을 함께 만족시킨 것이다.

 

접근 가능한 컬러 시스템이 브랜드 신뢰를 만든다

 

색상은 브랜드의 인상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시각 요소다. 그러나 색상이 의도한 바를 모든 사용자에게 똑같이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완전한 디자인이 아니다. 특히 색맹 사용자에게는 브랜드의 주된 시각적 상징이 혼란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사용자 경험 저하로 직결된다.

UX 디자이너와 브랜드 전략가는 이제 단지 ‘예쁜 색’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읽히는 색, 전달되는 색을 설계해야 한다. 접근성을 고려한 컬러 전략은 단지 소수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를 높이고 사용자 기반을 넓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색맹 대응 전략과 브랜드 컬러 시스템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설계를 통해 둘의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그것이 진정한 ‘포용적 디자인’의 완성이다. 오늘 우리가 고른 색상이, 내일 더 많은 사용자의 경험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그 컬러 시스템은 비로소 ‘브랜드의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