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색맹 고려 UX 적용 사례
공공기관 웹사이트는 단순한 정보 제공의 창구를 넘어, 국민의 권리 행사와 행정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디지털 인프라다. 민원 접수, 정책 자료 열람, 복지 정보 확인 등 많은 기능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며, 모든 국민은 해당 정보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색각 이상(색맹)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할 경우, 이 권리는 쉽게 제한된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약 8%, 여성의 약 0.5%가 색맹을 경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 웹사이트의 디자인 역시 ‘평등한 접근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색상은 웹에서 중요한 시각적 전달 수단이지만, 색에만 의존해 정보를 전달할 경우 색맹 사용자는 중요한 행정 정보나 상태 변경을 놓칠 수 있다. 특히 공공서비스 이용 중 발생하는 오해는 민감한 민원, 신청 오류, 정보 누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 공공기관 및 정부 웹사이트에서 실제 적용된 색맹 고려 UX 설계 사례를 중심으로, 실무자들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전략과 구조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각 사례는 실제 개선 효과가 입증된 UX 적용사례로, 접근성 법제도와도 연계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사례 ① 행정안전부 – 색상 외 병기 시스템의 적용
대한민국 행정안전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정보전달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국민이 자주 방문하는 주요 서비스인 ‘정부24’와 ‘민원24’ 등을 포함한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이들 사이트에서는 공지사항, 민원 단계, 접수 진행 상태 등을 색상으로만 구분하는 UI를 사용해 색맹 사용자의 불편이 자주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2022년부터 색상 외 병기 체계를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예를 들어, 민원 접수 상태 표시에서 **파란색은 ‘진행 중’, 초록색은 ‘완료’, 회색은 ‘대기’**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해당 색상 위에 명확한 텍스트(예: [진행], [완료])를 병기하고, 시각적으로도 굵은 테두리, 체크 아이콘, 음영 패턴 등을 활용해 정보가 색상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지도형 정보 제공 서비스에서는 색상으로 구역을 나누는 대신 범례에 명확한 설명 텍스트를 삽입하고, 마우스 오버 시 툴팁 형태로 해당 구역의 정보를 병기하여 색맹 사용자도 동일하게 정보 해석이 가능하도록 UX를 개선하였다. 이 사례는 공공 부처의 색맹 UX 적용이 단순한 배려가 아닌, 실질적인 정보 전달력 향상과 민원 대응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사례 ② 서울특별시 – 실시간 대시보드 시각화에서의 색상 보완
서울시는 시민 정보 접근성 확대를 위한 디지털 행정에 가장 앞서 있는 지자체 중 하나다. 특히 서울시는 실시간 교통 정보, 대기질 지수, 재난 안전 알림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 대시보드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색상만으로 정보를 표현했던 초기 시스템의 한계가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대기질 지수를 ‘좋음(초록)’, ‘보통(노랑)’, ‘나쁨(빨강)’으로만 표시했을 때, 적록색맹 사용자에게는 색 구분이 어려워 정보 전달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2021년부터 색상 외에 텍스트 병기(예: ‘나쁨’), 이모티콘 표현(😷), 아이콘 병기(마스크 아이콘) 등을 함께 적용했다. 또한 배경 명도 대비를 높여 색맹 사용자도 색상의 농담으로 상태를 구분할 수 있도록 시각 설계를 조정하였다.
교통상황 지도에서도 정체 구간을 붉은색 선으로만 표현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점선/실선의 유형, 선 굵기, 화살표 아이콘 등 다양한 시각 표현이 병기되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일반 사용자에게도 정보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색맹 사용자뿐 아니라 고령자, 저시력 사용자에게도 정보 해석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례 ③ 미국 정부 GSA – 디자인 시스템 내 색맹 UX 통합
미국 연방 정부 산하의 GSA(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는 모든 연방 기관의 디지털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공식 디자인 시스템인 U.S. Web Design System (USWDS)**를 운영한다. 이 시스템은 색맹을 포함한 모든 시각 사용자를 고려한 UX 설계를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구체적인 색상 팔레트와 테스트 툴을 제공하고 있다.
USWDS의 색상 가이드는 WCAG 2.1 AA 기준에 따라 모든 공식 색상에 대해 색맹 시뮬레이션을 통과한 조합만을 사용 가능하게 제한한다. 예를 들어, 텍스트 강조에 사용되는 색상은 배경 대비뿐 아니라 Protanopia, Deuteranopia, Tritanopia 등의 색각 이상 상태에서 충분히 구분 가능한 색상으로 제한된다.
또한 USWDS는 색상 외 구분 방식(Underline, Icon, Pattern) 도입을 지침화하여, 정보가 색상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방 정부 산하 모든 부처가 동일한 접근성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며, 디자인 시스템 차원에서 색맹 UX가 표준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정보의 진짜 평등은 '모두가 해석 가능한 UX'에서 시작된다
정부 및 공공기관 웹사이트는 수많은 사람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이자, 국민의 권리 행사를 돕는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시각 정보의 설계는 어떤 플랫폼보다도 정밀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모든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원칙이 자리해야 한다. 색맹 UX 설계는 바로 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색상만으로 구분되는 정보는 색각 이상 사용자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색상 외 병기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한 색상 팔레트를 활용하며, 상호작용 요소에 다중 감각적 피드백을 적용하면 색맹 사용자도 동일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지 배려를 넘어서, 정보 전달의 완성도를 높이고 행정 신뢰도를 강화하는 길이다.
앞으로 모든 정부 웹사이트는 색맹 UX를 단순 권장사항이 아닌 ‘기본 설계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 이는 법제화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실무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정보 접근의 평등’을 공동 책임으로 인식할 때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다. 색상은 선택이지만, 정보의 접근은 권리다. 그 권리를 지키는 디자인이 바로 진짜 공공 UX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