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을 위한 UX 디자인 컬러 가이드

색상을 못 보는 사용자에게도 의미 있는 상태 컬러 만들기

orosi_sue 2025. 8. 1. 08:07

 

디지털 서비스에서 색상은 단순히 심미적 요소를 넘어서, 정보 전달과 사용자 인터랙션을 안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에러는 빨간색, 성공은 초록색, 주의는 노란색처럼, 색상은 상태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8%가 색각 이상, 즉 색맹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많은 UI 설계에서 간과되고 있다.

색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용자에게 빨간 버튼이나 초록 경고창은 그저 '회색'에 가까운 비슷한 덩어리로 보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잘못된 정보 해석이나 사용자 행동 오류로 직결되며, 사용자 신뢰 하락과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색상을 단일 수단으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은 접근성과 기능성 모두를 저해하는 UX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색상을 못 보는 사용자에게도 의미 있는 상태 컬러

 

 

 

이 글에서는 색각 이상자, 즉 색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용자에게도 의미 있는 상태 컬러를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단순한 색상 변경이 아니라, 디자인 체계와 의미 전달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용적이고 검증된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상태 컬러의 기본: 색상 + 시각 요소 병행 전략

 

가장 기본이 되는 접근 방식은 상태를 표현할 때 색상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보조 시각 요소를 병행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러 메시지를 빨간색만으로 표시하는 대신, 경고 아이콘(❗), 굵은 외곽선, 진동 애니메이션 등을 함께 사용하면, 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용자도 해당 상태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 보완 요소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아이콘(기호)**은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패턴(점선, 스트라이프 등)**은 선 형태의 경로에 활용되며, **텍스트 강조(굵기, 대문자)**는 메시지를 색상 외의 형태로 강조해 준다. 특히 상태 전환이 잦은 UI 환경(예: 금융 앱, 알림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병행 전략이 필수적이다.

Figma, Adobe XD 등의 디자인 툴에서도 색상 외 강조 요소를 시스템 컴포넌트로 등록하여 사용하면, 팀 전체가 일관된 기준으로 접근성 설계를 진행할 수 있다. 결국 사용자가 ‘이건 위험한 상태야’라고 느끼는 것은 색 때문이 아니라, 시각 정보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명도·채도·형태로 색상 혼동을 극복하는 실전 팁

 

색맹 사용자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조합은 적-녹 계열이다. 이는 Protanopia(적색맹) 및 Deuteranopia(녹색맹) 유형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경우 단순히 색상 차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명도(밝기)와 채도(선명도)**를 조절해 시각적 대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초록색과 붉은색을 상태 컬러로 사용해야 한다면, 초록은 밝고 부드러운 채도로, 붉은색은 어둡고 진한 톤으로 구성해 명도 대비를 확보한다. 혹은 빨간색은 두꺼운 외곽선, 초록색은 점선 테두리처럼 형태를 차별화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용자는 색상이 아닌 '시각적 감각 차이'를 통해 상태의 차이를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디자인 툴 상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개발 환경에서 CSS 또는 코드로 반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태 danger’는 background-color: #E63946에 더해 border-style: solid; border-width: 2px 같은 스타일로 함께 정의되어야 한다. 색상을 인식하지 못해도, 상태는 시각적으로 ‘구분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텍스트와 모션, 사운드까지 포함한 다감각적 설계

 

색상 혼동을 최소화하는 전략에는 **다감각 피드백(multisensory feedback)**의 개념도 포함된다. 즉 색만이 아니라 텍스트, 모션, 소리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에러 상태에 도달했을 때, 해당 영역이 붉은색으로만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입력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텍스트 메시지와 함께 해당 영역이 진동 효과로 흔들리면 사용자 인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색상 경고 외에 간단한 알림음, 진동 피드백이 결합되면 시각적 한계를 넘어선 UX가 완성된다.

웹 접근성 가이드라인(WCAG 2.1)에서도 색상만으로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 되며, 텍스트 또는 시각적 보완 요소를 반드시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법적 기준이 아니라, 디자인 윤리이자 사용자 보호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짜 컬러란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색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용자도 똑같은 경험을 누릴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UX다. 상태를 전달할 때 색상은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지는 않다. 색상만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것은 일부 사용자에게 '정보의 단절'을 의미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색을 보지 않아도 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다층 구조의 의미 설계’**이다.

이제 디자인 시스템은 단순히 예쁜 색을 고르는 작업이 아니라, 의미가 ‘전달되는 방식’을 설계하는 작업으로 바뀌고 있다. 색상은 감정과 상징을 담고 있지만, 정보의 핵심은 그것이 사용자에게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전달되는가에 달려 있다. 색상을 못 보는 사용자에게도 의미 있는 상태 컬러란, 결국 색을 넘어서 형태, 패턴, 텍스트, 모션 등과 통합된 정보 덩어리로 설계되어야 한다.

UX에서의 색상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는 것’이다. 색을 못 보는 사용자도 똑같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컬러 시스템은, 진정한 디자인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