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은 시각 정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대표적인 디지털 환경이다. 사용자는 상품의 이미지, 색상, 레이아웃, 인터페이스 구성 등을 통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 특히 패션, 인테리어, 뷰티 상품은 제품의 ‘색상’이 선택 기준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약 8%, 국내 약 200만 명 이상이 색각 이상, 즉 색맹이나 색약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쇼핑몰의 색상 정보를 온전히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적록색약 사용자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비슷하게 인식한다. 쇼핑몰 내에서 상품 컬러가 색상 칩만으로 표시되어 있고, 텍스트 설명이 없는 경우 이 사용자들은 원하는 색상을 선택하기 어렵고, 심지어 상품의 정보를 잘못 해석해 실수로 잘못된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사용자의 구매 행동을 제한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쇼핑몰에서 색맹 접근성을 고려한 UI 설계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서, 전체 사용자 경험(UX)을 향상시키는 전략적 선택이 된다. 본문에서는 국내 대표 쇼핑몰들이 색각 이상 사용자 접근성을 어떻게 고려하고 개선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효과적이었던 UI 전략과 한계점을 함께 살펴본다. 이를 통해 실무자와 운영자가 색맹 UX를 실제 쇼핑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컬러 + 텍스트 병행 전략: 무신사 사례 분석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초기 UI에서 색상 선택을 컬러칩(색상 원)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사용자들은 이 칩을 눌러 상품의 색상 옵션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색맹 사용자에게는 ‘연한 회색으로 보이는 원’이 베이지인지, 올리브인지, 밝은 핑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Protanopia나 Deuteranopia 사용자들은 빨간색과 초록색 계열, 노란색과 연두색 계열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신사는 컬러칩 아래에 **명확한 텍스트 라벨(예: 베이지, 브릭레드, 더스티올리브 등)**을 병기했다. 뿐만 아니라 유사 색상 간 명도 차이를 조정하여 ‘비슷해 보이는 색’이 서로 확실히 구분되도록 UI를 개선했다. 이로써 사용자는 색상이 인식되지 않아도 라벨 텍스트를 통해 원하는 옵션을 식별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컬러칩 자체가 시각적 중심 요소로 남아 있기 때문에, 색상만으로 선택이 어려운 사용자에게는 이미지 보완이 추가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당 색상을 착용한 모델 사진을 함께 제공하거나, 마우스 오버 시 색상명이 강조 표시되도록 하는 기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색맹 사용자에게 정보를 ‘색상 외 요소’로 분산 제공하는 설계는 실제로 선택 실수와 UX 이탈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패턴화된 필터링 UI: 오늘의집 개선 전략
인테리어 쇼핑 플랫폼 ‘오늘의집’은 제품 검색에서 색상 필터링 기능을 중심적으로 활용하는 사이트다. 색상이 주는 공간 감성과 분위기가 구매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색상 선택 UI의 명확성이 곧 사용자 만족도로 직결된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단순 컬러칩으로만 필터링이 구성되어 색맹 사용자에게는 필터 항목 간 차별성이 부족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몇 가지 전략을 도입했다. 첫째, **컬러칩 내에 패턴(스트라이프, 점선 등)**을 삽입해 색상 간 식별성을 높였다. 둘째, 마우스를 컬러칩 위에 올리면 색상명이 툴팁 형태로 표시되도록 구현했다. 셋째, ‘밝은 색 계열만 보기’, ‘무채색만 보기’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필터 옵션을 추가하여 색상 인식이 어려운 사용자도 적절히 범주화된 필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조치는 접근성 향상뿐 아니라 비색맹 사용자에게도 더 직관적인 UI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색상 이름과 기능이 분리된 시스템이 아니라, 정보가 중복되고 병행적으로 제공되는 구조는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오늘의집은 이러한 UI를 웹과 모바일 앱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플랫폼 간 일관성까지 확보했다.
색상 최소화 전략: 쿠팡의 텍스트 중심 UX
쿠팡은 대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색상보다 텍스트 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를 지향해왔다. 대부분의 옵션 선택이나 필터링 기능은 컬러칩 없이 텍스트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를 들어 “색상: 네이비”를 선택하면 텍스트가 강조되며, 해당 컬러에 맞는 대표 이미지가 함께 표시된다. 이 방식은 색상 구분이 어려운 사용자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쿠팡은 ‘선택됨’ 등의 상태 메시지를 명확한 텍스트로 표시하여, 색상 변화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선택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완해 준다. 이러한 설계는 색맹 사용자뿐 아니라 시각 피로가 큰 사용자, 고령자에게도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색상 기반 정보 설계를 최소화하고, 텍스트 중심 정보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정보 전달 오류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시각적 풍성함이 떨어지고, 컬러 중심의 브랜드 경험이 필요한 패션·뷰티 카테고리에서는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정보 전달을 최우선으로 두는 쿠팡의 UX 전략은 색상 사용이 제한적인 사용자 환경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며, 단순하고도 접근성 높은 디자인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색상은 ‘강조 수단’, 정보는 ‘다양한 길’로 전달되어야 한다
쇼핑몰에서 색상은 상품의 감성과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 색상이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의미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색맹 사용자에게는 색상 정보가 오히려 혼란을 주거나, 정보 해석을 왜곡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색상은 **정보 전달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의미 자체는 텍스트, 아이콘, 이미지, 레이아웃, 상태 메시지 등 다양한 경로로 병행 제공되어야 한다.
무신사의 컬러 + 텍스트 병기 전략, 오늘의집의 패턴화된 색상 필터 UI, 쿠팡의 색상 최소화 접근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공통적으로 ‘색상 이외의 정보 설계’를 강화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쇼핑몰 UX에 있어서 색맹 접근성이 기능이나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체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다.
앞으로 더 많은 쇼핑몰들이 색맹 사용자도 정보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설계를 도입하길 기대한다. 색을 볼 수 없더라도, 그 상품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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