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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을 위한 UX 디자인 컬러 가이드

색맹 사용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UI 사례 분석

by orosi_sue 2025. 8. 2.

 

현대 사회에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운전자뿐 아니라 도보 이용자, 대중교통 사용자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필수 서비스다. 목적지 안내, 경로 변경, 도착 예측 등 사용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내비게이션 UI는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색상은 경로 구분, 상태 표시, 방향 전환 등 핵심 요소로 사용되며 사용자 경험(UX)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약 8%, 즉 12명 중 1명은 색각 이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Protanopia(적색맹), Deuteranopia(녹색맹)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빨간색, 초록색의 구분이 어렵다. 교통 신호나 경로 안내에 있어 이러한 색상의 혼동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정보의 해석 오류행동 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내비게이션 UI는 색맹 사용자의 시각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배포되고 있다.

 

 

색맹 사용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UI

 

 

이 글에서는 실제 서비스되고 있는 내비게이션 앱에서 색맹 사용자 접근성을 고려해 개선된 UI 사례를 분석하고, 어떤 디자인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한계가 남아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이를 통해 색맹 친화적 내비게이션 UI의 구체적인 구현 방법과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구글 지도(Google Maps)의 경로 색상 문제와 개선 방향

 

구글 지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내비게이션 앱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경로는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며, 교통 상황에 따라 주황색 또는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실시간 교통 정보 기능이 함께 제공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적색맹 사용자에게는 경로 구분이 어렵게 나타날 수 있다. 파란색과 주황색은 명도 대비가 낮고, 빨간색은 녹색과 혼동되거나 흐릿하게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구글은 일부 시각장애 대응 기능을 개선해 왔다. 예를 들어, 보행자 경로 안내에서는 시각 대신 진동 및 음성 피드백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통 상황은 단일 색상 표현 대신 텍스트로 혼잡도 수준을 표기하는 보조 인터페이스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지도 자체의 색상 변경 기능은 아직 사용자 설정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색각 이상자를 위한 별도의 ‘색상 모드’는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 지도는 색상 정보를 보조하는 다감각 인터페이스에 진입하고 있지만, 시각적 정보 자체의 재설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색맹 사용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색상뿐 아니라 그 색이 표현하는 의미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이다. 그 점에서 텍스트, 아이콘, 진동, 음성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보완하는 다층 설계가 더욱 필요하다.

 

카카오내비의 아이콘 + 색상 병행 전략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카카오내비는 색상 중심 UI에 대한 보완 기능이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앱 중 하나다. 카카오내비는 기본 경로를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우회 경로나 위험 구간은 붉은색 또는 노란색으로 안내한다. 초기에는 색상만으로 경로를 구분했기 때문에 적록색약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업데이트에서는 색상 + 아이콘 + 텍스트가 병행되는 설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교통 정체 구간은 붉은색 경로 선 위에 느린 차량 아이콘이 함께 표시되고, “정체 구간”이라는 텍스트가 일정 거리마다 반복 표기된다. 또한 안내 음성에서는 “이 구간은 정체가 심합니다. 500m 뒤 우회 경로 있습니다.”처럼 색상에 의존하지 않는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이는 색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더라도 경로의 상태를 다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구조로 설계된 것이다.

또한 경로 안내 중에는 차선 변경 시 깜빡이는 시각 효과 대신 음성과 진동 안내를 동시에 제공해 시각적 정보를 해석하지 못하더라도 사용자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카카오내비는 아직 색상 사용자 설정 기능은 없지만, 색맹 사용자도 기본 UI로 충분히 주요 정보를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Apple Maps의 접근성 강화 접근법

 

Apple Maps는 전반적으로 색상 사용을 절제하고, 선명도와 두께, 형태 중심의 시각 정보 전달을 추구하는 UI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도상의 경로는 채도 높은 색보다는 선명한 파랑이나 회색 계열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경로 변경이나 도로 정보는 텍스트 강조 및 음성 내레이션으로 중복 제공된다.

특히 iOS의 접근성 기능인 “색상 필터”와 연동되는 Apple Maps는 사용자 설정에 따라 적록 색약, 청황 색약, 완전 색맹 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레벨에서 지원된다. 이 기능은 단지 지도 앱뿐 아니라 전체 디바이스에 적용되며, Apple Maps의 UI는 이에 맞춰 색상 대비와 정보 구조가 자동으로 최적화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적색맹 모드를 켜면, 원래는 빨강-초록으로 표시되던 경로들이 명도 차가 큰 색상으로 자동 조정되며, 아이콘이 강조되고 텍스트로 의미가 반복되는 형태로 바뀐다. 이는 단순히 앱의 접근성 개선을 넘어서, 운영체제 전체 차원에서 색맹 대응을 구조화한 사례로써 매우 높은 수준의 사용자 맞춤 설계로 평가된다. 특히 iOS 사용자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체계가 사용자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색상만이 아닌 ‘정보 전달 구조’ 자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색맹 사용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UI 설계는 단순히 색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정보 전달 구조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색상은 시각적 ‘강조’일 뿐이지, 정보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로 안내, 상태 경고, 방향 전환 등의 정보는 반드시 색상 외에도 형태, 텍스트, 음성, 진동 등을 통해 중복 전달되어야 하며, 이러한 설계가 모든 사용자에게 공정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구글 지도는 아직 색상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다감각 피드백을 통해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카카오내비는 아이콘과 텍스트 병행 전략으로 색맹 사용자도 실시간 정보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Apple Maps는 OS 차원의 접근성 설정과의 연계를 통해 궁극적인 맞춤형 UX를 구현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사례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색맹 UX를 개선하고 있지만, 모두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가진다. 모든 사용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내비게이션 디자인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