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항공권 예매 시스템, 호텔 예약 플랫폼, 실시간 공항 정보 앱 등 항공·여행 플랫폼은 사용자의 이동과 일정을 책임지는 고밀도 정보 시스템이다. 특히 예약 변경, 탑승 시간 임박, 비행기 지연, 여권 정보 오류 등과 같은 경고성 메시지는 사용자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그런데 이러한 경고 메시지는 대개 색상 중심, 특히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등으로 상태를 표현하는 시각 중심 UI로 구성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명에 달하는 색각 이상 사용자들은 이런 시각 시스템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거나 오해할 위험이 있다. 특히 Protanopia(적색맹) 및 Deuteranopia(녹색맹)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Tritanopia(청황색맹)는 파랑-노랑 계열의 구분이 어렵다. 이러한 색각 이상 사용자에게 색상만으로 정보가 전달될 경우, 여행 중 실시간 행동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항공·여행 플랫폼에서 색맹 사용자들을 위해 경고 메시지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컬러 외 요소를 병행해 의미 전달을 강화하는 전략들을 사례 중심으로 정리한다. 목표는 단순히 색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여행 중 실수를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붉은 경고만으로는 부족하다 – 컬러 기반 알림의 한계
대다수 항공 및 여행 플랫폼은 예약 오류, 결제 실패, 여권 정보 누락 등의 상태를 강렬한 붉은색 배경 혹은 텍스트 컬러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시각적으로는 명확한 대비를 제공하지만, 문제는 적색맹 사용자에게 이 정보가 일반적인 회색이나 어두운 색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시스템은 위험을 강조하고자 하지만, 정작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는 그 메시지가 ‘강조되지 않은 평범한 정보’로 인식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항공권 예약 플랫폼 A사는 여권 만료일 오류가 있는 경우 '빨간색 박스'로만 오류를 표기한다. 그러나 Protanopia 사용자에게는 이 박스의 존재감이 낮아 인지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처럼 색상만을 정보 전달 수단으로 사용하는 UI는 사용자 사이에 정보 불균형을 초래하고, UX의 공정성을 저해한다.
게다가 색상 기반 메시지는 시각 피로가 누적된 장거리 여행자나 어두운 기내 조명 환경에서 더욱 인지하기 어렵다. 색상이 강조가 아니라 ‘의미 전달’의 중심이 되려면 반드시 다른 시각적 요소와 결합한 구조가 필요하다. 즉, 색상은 ‘보조적 의미 부여 수단’이지, ‘단독 정보 매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색상 + 아이콘 + 텍스트 병행 설계: Agoda, Skyscanner 사례
Agoda와 Skyscanner 같은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은 색상과 아이콘, 텍스트를 함께 사용하는 다층 구조의 경고 메시지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결제 오류 발생 시 단순히 붉은색 배경을 띄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메시지에 ❗ 아이콘과 함께 ‘결제 실패 – 카드 정보를 다시 확인하세요’와 같은 구체적인 안내 문구를 함께 표기한다. 색맹 사용자에게는 이 텍스트와 아이콘이 메시지를 해석하는 주요 단서가 된다.
Agoda는 특히 모바일 앱에서 이러한 UI 적용이 뛰어나다. 경고 메시지의 텍스트는 모두 ‘위험’, ‘경고’, ‘중요’ 등 명시적 단어를 포함하며, 색상 외에도 배경 대비, 선 굵기, 모서리 강조 등의 시각 요소를 통해 의미를 분리하고 있다. 또한, 앱 내 접근성 설정 메뉴를 통해 경고 메시지의 음성 안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어 시각 외 피드백이 필요한 사용자에게도 유용하다.
이처럼 컬러 + 아이콘 + 텍스트의 병행 전략은 다양한 색각 이상 유형을 포괄할 수 있으며, 단일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 정보 전달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예약 오류 감소, UX 만족도 향상, 고객 이탈률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비즈니스 효과로 이어진다.
색상 조합 최적화 및 사용자 설정 기능: Delta Air Lines와 Lufthansa
Delta Air Lines와 Lufthansa는 자체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색상 조합 자체를 색맹 친화적으로 설계한 사례로 꼽힌다. 두 항공사는 경고 메시지의 색상 대비를 최소 WCAG AA 기준(명도 대비 4.5:1 이상)으로 맞췄으며, 빨간색만이 아닌 다크 오렌지, 보라 계열 등의 색상을 병행해 시각 구분성을 높였다. 이로써 적록 색약 사용자도 경고 메시지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게 했다.
또한 Lufthansa 앱은 색상 테마 사용자 설정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 개별 접근성에 따라 UI 색상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고대비 모드'를 선택하면, 모든 경고 메시지가 흑백 배경 + 두꺼운 테두리 + 진한 텍스트로 표시되며, 빨간색 대신 흑색 배경 + 흰색 텍스트로 메시지가 출력된다. 이는 색상 정보가 사라지더라도 정보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설계된 예시다.
이와 같은 전략은 색맹 사용자뿐 아니라 저시력, 고령자, 눈 피로도가 높은 사용자에게도 유용하며, 결과적으로 사용자 폭을 넓히는 보편적 설계(User-Centered Universal Design)의 좋은 예다. 결국 접근성은 소수만을 위한 기능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UX 품질 개선의 핵심이 된다.
경고 메시지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색맹 사용자에게도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색상’ 자체가 아니라, 색상이 전달하는 의미를 다른 감각과 구조로 병행하는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여행 중에는 상황 판단의 여유가 없고, 대부분의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때 경고 메시지를 단순히 붉은 박스로 처리하는 방식은 일부 사용자에게 ‘경고’가 아닌 ‘배경’처럼 인식될 수 있다.
컬러 전략은 정보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며, 단독 수단으로 사용되면 오히려 정보의 오류를 낳는다. Agoda, Skyscanner, Lufthansa 등의 사례는 색상 외에도 아이콘, 텍스트, 대비, 사용자 설정 등 다양한 수단을 병행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설계는 단지 색맹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서도 누구나 실수를 줄이고 정보를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UX 전략으로 작동한다.
앞으로의 항공·여행 플랫폼은 더욱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럴수록 단순한 시각 강조가 아니라, 정보의 본질적 의미를 다양한 사용자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UX 구조의 설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안전한 여행 경험’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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